미국의 한 신문사에서 미인선발대회를 열었다. 미인대회 결선에 오른 20명의 사진이 신문에 나왔고 누구나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20장의 사진 중 가장 매력적인 얼굴의 사진을 신문사에 보내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얼굴을 뽑은 참가자들은 푸짐한 상을 받게될 것이다. 상품은 해당 신문의 평생 구독권, 커피머신과 명예 훈장이다.
이 게임에서 이기려면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보내는게 맞을까? 아니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이뻐 보이는 사진을 골라서 보내야 한다.
내 취향의 사진이 아닌, 남들이 생각하기에 이뻐 보이는 사진을 골라야 한다.
이런 방식의 가상 미인대회를 만든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nynes, 1883~1946) 이다. 케인스는 1936년의 저서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가상의 미인대회를 언급했다. 케인스는 상을 타고 싶다면, 사진을 본인 판단으로 고르기 보다는 참가자 대다수가 어떤 사진을 선호할지 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것이 고려해야 할 사고의 첫 단계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다른 참가자들은 남들이 어떤 사진을 선호할 것라고 생각할까? 로 넘어간다. 다른 참가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추측은 3단계, 4단계 또는 더 많은 단계로 끝없이 옮겨 갈 것이다.
케인스가 관심을 둔 것은 미스 영국 선발 절차는 아니였다. 그는 주식시장의 투기 심리를 미인 투표 참가자의 심리에 비유한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두 가지 모두에서 비슷한 행동이 작용한다고 보았다.
주식투자를 할 때 그 종목이 유망해 보여서 선택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한다. 차라리 돈을 매트리스 밑이나 예금계좌에 묻어두는 것이 더 현명하며, 주식 가치가 오르는 것은 그 종목이 유망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종목을 유망하게 보기 때문이다. 또는 많은 사람이 그 종목을 유망하게 볼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심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2001년의 아마존의 주가는 미국의 다른 출판유통업의 주가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높았다. 아마존은 수익을 올리기 전부터 아마존이 대박 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익률을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시총을 가지고 있는 테슬라와 팔란티어 등의 시총도 마찬가지이고 매우 높은 PER를 받고 있는 것도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분석을 통한 예측으로 두려움을 확신으로 만든다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시장은 작은 뉴스하나에도 엄청난 자금이 들어오고 빠져나간다. 트럼프가 집권하여 관세정책으로 시장의 혼란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하기에는 가까운 미래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케인스의 가상의 미인대회와 같이 주식 시장도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으로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정 종목을 유망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종목을 유망하게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S&P500이나 나스닥100의 상장지수도 대부분의 투자회사에서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하고 있다. 투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고평가되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들이 이 이상한 미인대회에서 순위안에드는 전통적인 미인이고 기준이다. 참고로 워렌버핏이 주주총회에서 비교하는 대표적인 수익률은 S&P500 이다. 10년 후의 개별 종목의 순위는 바뀔 수 있지만 순위안에든 종목들은 시장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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